[하이큐/보쿠아카] 네가 있어야―.

연성질/안녕큐 2016. 2. 10. 00:32

* 캐붕에 주의하세요

[오늘 아카아시 보러 갈게!!]_보쿠토상.

“... 제멋대로.”

 오늘 수업 있는 날 일텐데, 겨우 연습 경기를 가지고 후배들의 첫 경기를 봐야겠다며 부산을 떨더니 결국에는 자체휴강까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성가신 사람이다. ―랄까 어쨌거나 오늘 네코마와의 경기를 이기지 못해서야 여러모로 민폐잖아, 보쿠토상에게.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는 코치님께 세 번이나 지적당한 후에야 몸이 풀렸다. 그러나 강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기고 싶어, 그에게 부끄럽지 않게.

“아카아― 시! 반갑지? 보고싶었지? 이 보쿠토상이 그리웠지?”

 “시끄럽게 연습의 흐름을 끊지 말아주세요.”

 늘 보던 체육복이라던가, 교복이 아닌 완전한 일상복의 그는 조금 멋있을지도. 한심한 생각에 정신을 차리려고 얼굴을 짝 소리나게 쳤다. 굉장히 큰 소리가 났다며 호들갑떠는 보쿠토상을 무시하며 연습을 재개했다. 오늘은 오나가들의 컨디션도 좋은 편이니까 어쩌면 보쿠토상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는 힘겨웠다. 완벽에 가깝던 리드블록이 없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공격의 주축이던 하이랭크의 스파이커가 공석이었다. 게다가 등 뒤의 사람 에게 잘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아카아시, 오늘 왜 그래.”

 “죄송합니다. 집중할게요.”

 결국 타임아웃 때 불려나가 남은 1회전도 이런식이면 빼버리겠다는 감독님의 무시무시한 말을 들어버렸다. 보쿠토상, 실망했겠지. 고개를 들자, 그는 어쩐지 의기양양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올려보였다. 멍청한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 이후라면 그런대로 제 실력을 보였다. 결과는 2:1, 우리 쪽의 승. 자신의 후배들이라 이겼다며 신이 났을 보쿠토상을 상상하며 돌아봤더니 왜인지 의기소침모드.

 “후쿠로다니는 내가 없어도 대단하구나... 아카이시가 있으니까..”

 아. 이거구나.

 “보쿠토상이 있었다면 스트레이트로 이겼겠죠.”

 눈을 반짝이며 되묻는 그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도 아니니까. 헤이헤이헤-이 들뜬 목소리가 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쩐지 그리웠던 소리에 슬핏 웃음이 나왔다.

 “어? 웃었다!”

 저 정신없는 모습은 아마도 학기가 완전히 시작되면 볼 수 없을 것이다. 늘상 누군가의 텐션을 생각한다거나 해야하는 게임도 없을 것이다. 그는 성격도, 실력도 좋으니 항상 사람들 주변에 둘러쌓여 바쁠 것이다. ―그러다보면 곧 좋은 사람도 생기겠지. 좋다. 시끄럽고 귀찮은 사람이 이제는 나를 찾을 일이 없을테니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괜찮아.

 “그런데 아카아시는, 보쿠토와 이대로여도 괜찮은 거야?”

 “무슨 의미입니까.”

 “누군가 이미 채간 후에는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켄마의 말이 맞았다. 아마 굉장히 후회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것 만큼도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 보쿠토 상의 발목은 붙잡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렇겠죠. 하는 어색한 대답을 남기고 이 불편한 이야기를 넘겨버렸다.

_

 이상한 감정 기복에 휘둘렸던 날이 희미해질 때 즈음, [연습 경기 보러 와, 아카아시!]하는 문자에 그의 학교를 향했다. ‘손가락에 꼽히는 스파이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저력이었다. 물론, 보쿠토상의 의기소침 모드 덕분에 애를 먹었다만, 어쨌거나 그의 팀이 스트레이트. 성인이어서 일까 팀에 있을 때의 모습이 꽤나 듬직해 보였다. 완전히 녹아들어 파이팅을 외치는 보쿠토상이 익숙하면서도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어 낯설었다.

 “헤이헤이헤-이! 봤어, 아카아시?”

 “이겼네요.”

 “그렇지, 끝내주게 멋있게! 물론 아카아시와 함께인 편이 더 좋았겠지만.”

 “그렇죠, 보쿠토상이 이상한 코드에서 좌절하는 바람에 두 번이나 위기를 맞았잖아요.”

 네가 있어야―. 의기양양하게 뱉은 그 말이 어쩐지 여전히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실제로는 그저 지난번의 말을 되갚은 것 뿐이겠지만, 부끄러웠다.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고. 지금 켄마의 말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그래도 오늘은 꽤 멋있네요.”

그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입구로 향하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는 최선을 다 했어. 입술을 깨물며 짙은 감정의 여운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내 어깨어 닿아, 깊게 풍겨오는 그의 냄새에 모두 폭발. 넘쳐 흐르는 마음 너머로 그의 웃음이 다가왔다.

 “역시 네가 없는 배구는 재미가 없어. 빨리 우리 학교로 오라고!”

웃었다. 낯간지러운 말을 들어버려서 일까, 아니 역시, 행복해서가 맞겠지.

 “1년이에요, 금방 가겠죠.”

보쿠토상이 없는 배구가 재미 없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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