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오이이와] かみ (신).

연성질/안녕큐 2016. 2. 21. 03:45
*알디님(@Neillin_rd)의 2차연성 '레스큐일지-14'를 모티브로 한 3차연성입니다.
*오이카와 안나옴 주의. 캐붕, 저퀄 주의.

 오이카와. 시끄럽게 매번 힘들다고 찡찡거리기나 하고 하기 싫다, 일이 너무 많다 투정 부리는 것이 고작인 짜증나는 녀석. 농땡이 부리지 말라고. 그러면서도 수술 때에는 사뭇 진지해져 아주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나 바쁜데 누워서 뭘 하는 거냐. 한 생명을, 살릴 때마다 함께 기뻐하고 잃을 때마다 함께 슬퍼했다. 오늘처럼 정신 없이 바쁜 날에는 보란듯 모두 살려내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웃음지었다. ―이런 피투성이 모습 대신에.

 “이와이즈미..”

 “... 괜찮아. 수술 준비할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다만, 눈 앞의 단 하나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외출하기 전 재수없게 떠들어버린 말이 끔찍하게 후회되었다.

 ‘이와짱, 나 오늘 정말 이상하다구. 꿈에서 죽을 운명이라던가 그런 거 봐 버린 거 같아!’

 ‘죽어버려, 망할카와.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연차라니.’

 ‘정말인데 믿어주지도 않고! 이와짱은 나빠!’

 ‘.. 가다 벽이나 박아버려.’

 단 하루였다. 오이카와가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이들에게 사죄하러 가는 날은 1년 중 오늘 하루 밖에 없었다. 재수 없게도, 하필 오늘, 큰 버스가 사고가 났고 이를 피하려던 작은 승용차가 벽에 차를 박았다. 다행히도 버스 내에는 큰 부상자가 없었지만, 승용차의 운전자는 중태에 빠졌다. 수 많은 날들, 수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잡생각이 머리를 떠다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씨, 수술..”

 “어, 들어갈게.”

 구조대원 녀석들이 어떻게든 이어온 생명을 내가 꺼뜨릴 수는 없지. 죽을 운명이란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보란듯 살려낼 거라고, 망할카와. 살아나면 오늘 내가 한 일의 열 배는 해야할 거다. 알았냐?

 “혈압이 계속 내려갑니다, 맥박 불안정. CPR 실시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그만큼의 누군가는 돌연 죽어버려. 죽고 사는 것은 결국 신의 뜻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럼 중간에서 의사는 뭘 하는 거지 생각하곤 해.’

 신 따위가 있을리 없잖아. 정해진 운명따위는 없고, 애시당초 그런 것들을 부정하려고 의사가 되었다고, 나는. 자꾸만 그의 몸을 적시는 죽음의 그림자가 두려웠다. 살려내지 못한 환자에 대한 죄책감은 언제나 컸다. 그럼에도 의사를 하는 이유는 살려낸 환자에 대한 기쁨이 그 두세배는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느껴지는 생명의 무게가 다르다. 앞으로 더 몇 사람을 살려낼지 모르는 사람이 수술대에 누워있다. 때로는 내게 원동력이 되어주는 사람이 숨도 제대로 못 가누며 죽음과 싸우고 있다.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생명은 없다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자꾸만 눈 앞에 검은 것들이 아른 거린다. 지키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막아선다.

인간의 무력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늘 웃으며 활력이 된다던가 하는 그보다는 나 같이 성격 더럽고 재수 없는 새끼를 데려가는 편이 맞을텐데, 분명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이다. 수술을 마치고도 여전히 위태로운 네 곁을 지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지도 않은 자신의 신을 향해 하염없이 기도를 내뱉는 일 뿐이었다. 신 같은 것은 믿지 않겠다고 떠들어댄 내가 이런 식이라 열받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보라고. 운명이란 것이 존재하고 오이카와가 정말 죽을 운명이라면, 난 보란듯 당신에게 엿을 날릴 거야. 그리고는 그를 살려낼 거라고, 알아 들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직 그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말이지.

“.. 이 망할카와 좀 살려주십쇼, 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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