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레예맥] Sunset.

연성질/☆ 2017. 1. 14. 19:22

 

 

 

제시 맥크리는 꿈을 꾸려는 참이다. 비행기는 에스파냐를 향하고 있다. 혼잡한 짐칸에 몸을 구겨 넣은 채로 불편하게 누워있지만, 지친 그에게는 그런대로 괜찮은 자리다. 실제로 지친 쪽도 몸보다는 다른 곳이었으니까. 그저 그곳이 적당한 회상을 곁들여 추잡한 꿈을 이어가기에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소집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제시를 이끌었다. 옛 전우들을 보기 위해서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아주 필수적으로. 감긴 눈과 그의 의식이 잠식됨에 따라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거칠고 저밖에 모르는 성격과 꼭 닮았던 그 목소리가 세월만큼이나 흐릿하게 제시의 귀를 감싸 안았다.

 

명심해라, 얼간아. 무거운 이름을 얹고 싸우는 거다. 오버워치는 너희 갱 놀음과는 달라.’

오버워치. 잊은 듯 살았던 이름이다. 사실 그리 반갑지 않기도 하고. 한 번 정의를 잃었던 것이 다시 세워진들 다를 게 있을까.

 

우습지도 않군, 애송이. 네가 그렇게 잘났다면 왜 진작 나를 죽이지 않았나?’

그래, 나는 지금 당신에게 묻고 있는 거야.

 

제시는 사람이 잠들지 않고도 이토록 완벽히 꿈속에 사로잡힐 수 있음에 여러 번 감탄해야만 했다. 무의식이 그를 지배할수록 그의 정신은 더욱이 또렷해졌다. 자세를 바꾸고 몸을 들썩이며 벗어나려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편한 자세를 찾아도 불편했고, 억지로 꿈을 깨려하면 오히려 빠져들었다. 그 부조리함은 그가 이 모든 모순의 근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금세 사라졌다. 우스꽝스러운 카우보이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버린 사내는 낮게 욕을 읊조렸다.

 

이제 다 늙어빠졌겠군,”

 

가브리엘은 무슨, 망할 레예스.

 

 

유능한 총잡이의 귀환이구만. 하하! 환영하네, 친구.”

여전히 건강하시군요, 라인하르트.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자를 벗고 격식 있게 인사하려는 맥크리를 끌어당기고는 호탕하게 웃는 늙은 기사는 아무래도 여전히 영웅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더불어 사람을 뭉개버릴 듯 끌어안는 근력도 여전해 보인다고, 제시는 생각했다. 그 단단한 품에서 겨우 벗어나 안으로 들어가자 그런대로 익숙한 얼굴들이 시끄럽게 저를 반긴다. 예나 지금이나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달려와 안기는 옥스턴이나 격식 있는 사이보그의 목소리, 혹은 다소 흥분한 고릴라의 음성.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향수를 이끈다만 제시 맥크리는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좀 더 단단하고 새카맣고 심술궂은 무언가. 늦었다며 망설임 없이 제 머리통을 휘갈겨 줄 누군가. 비행기에서 지겹게 자신을 괴롭혔던 그 목소리를,

 

조금 늦었군요, 맥크리.”

주인공은 항상 느지막이 등장하는 법이지.”

 

안 그래도 당신을 찾고 있었어, 치글러.

정확히는 그녀를 찾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행방을 알려줄만한 인물을 찾고 있던 것이지만 피차 다를 것도 없었다. 그는 능청스레 옛 전우인 천사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이봐, 친구.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지?’ 그녀는 흔쾌히 제시의 요청에 응했다.

제시는 치글러의 방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금빛 머리칼 역시 보이지 않았다. 바쁜 양반들이니 어딘가 잠시 다녀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다 늙어빠진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숨어있다거나. 한심하기는, 제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커피, 드실 거죠?”

물론이지.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는지 봐야겠어.”

못 쓰게 만드는 것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요, 당신과는 다르게.”

……,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맛이군.”

 

따뜻한 커피는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로였다. 맛으로 보나, 만든 이로 보나. 그는 찬찬히 커피를 마시며 제가 자리한 공간을 둘러보았다. 탁자 위에 어지러이 널브러진 탈론의 자료, 그 안의 시커먼 누군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뒤집어쓰고는 어딘가 익숙한 총을 양 손에 쥐고 있는……, 넋을 놓고 자료를 바라보다가 손에 조금 커피를 흘리고야 말았다. 따뜻한 느낌이 퍼졌다. 치글러는 여전히 덤벙댄다고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 때쯤에서 제시는 작은 의아함이 생겼다. ‘따뜻한 커피.’ 마치 그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린 것 같은, 막 끓여진 커피. 마치 기지에 도달하자마자 자신을 찾을 거란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던 느낌이다. 그 이질감을 잘근거리던 그는 답지 않게 동요하는 차가운 스위스 여인의 눈을 보았다. 꾹 다물어진 입술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진실을 애써 누르고 있는 듯 보였다.

 

메르시.”

오랜만인 이름이군요. 정말.”

 

분명 다르다. 앙겔라 치글러는 비밀을 숨기고 있다. 아니지, 털어놓고 있다. 의도치 않게 제시만을 향했던 거짓과 비밀을 뱉어내려 하고 있다.

그녀는 굳세게 탁자 위로 종이 뭉치를 내려놓았다.

 

스위스 기지의 폭발, 잭 모리슨과 가브리엘 레예스의 죽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레예스가, 사라졌다고, 그가. 제시 맥크리를 두 번이나 오버워치로 이끈 그가(직접 불러낸 것은 한 번 뿐이었지만), 레예스가. 그러니까 더는 없다고, 오버워치에. 이 세상에.

제시는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짙은 커피를 급하게 들이켰다. 담배가 생각났지만 이곳은 치글러의 방이니 참기로 했다. 그는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읽었다. 뇌가 기능을 멈춘 것 같았다. 금연을 해야 하나,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도 와 닿지 않았다. 제시에게 가브리엘 레예스는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인간이 죽었다니, 그것도 흔적도 없이. 납득하지 못 할 만한 문제였다.

 

당신이 재미난 소설 쓰기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군.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나?”

제시.”

 

그녀의 강한 눈빛이 제시의 내장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좀 전까지 맛있게 마셔대던 커피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았다.

 

알았어. 제대로 알아먹었다고. 예나 지금이나 무책임한 건 여전한 인간이로구만. 그에 딱 어울리는 명예롭지 못한 죽음이었고.”

 

그는 일어서 천천히 밖을 향했다. 화를 내고 있었다. 제시 맥크리의 방식은 아니다만, 고요함 속에서 분노하고 있었다. 대상은 불분명하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진실을 강요한 치글러, 멋대로 멍청한 죽음을 맞아버린 레예스,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들떠 있었던 멍청한 맥크리, 자신.

 

한심하기는. 멍청함은 스승한테 물려받은 유산인가보지?”

 

모두를 향하였지만, 누구도 향하지 않았다.

 

 

거기 얼빠진 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죽음이다.”

지금 나를 걱정해주는 겁니까? 그 대단한 레예스 사령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럭키가이가 바로 나였구만?”

계속 헛소리를 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비행기에서 내려도 좋은데,”

무서운 소리, 아직 공중이잖아요. 당신, 내게 하늘을 나는 기술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요.”

 

사령관의 목구멍에서 걸쭉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자 젊은 카우보이의 얼굴에도 만족스런 웃음이 자리했다. 제시는 마음속으로 감옥에서 썩을 바에야 적이었든, 원수였든, 정의구현을 떠들어대는 기관을 돕겠다.’고 말한 과거의 철없는 자신을 칭찬했다. 아마 제 인생 중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의견에 레예스는 그다지 깊게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만, 긍정적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커먼 지하 독방에서 몸에 곰팡이나 피우고 있는 삶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제시는 그 표현마저도 대장답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렇지만 맥크리가 이전의 선택을 자신의 최고로 꼽는 데에는 다른, 보다 명확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는 자연스레 늘 화나 보이는 험상궂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숨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상관의 낯짝을 보고 웃어대는 건 그 상관이 우습게 보인다는 뜻인가?”

그 배려 없는 얼굴로 화까지 내면 내가 얼마나 무서울지는 생각 안 해줍니까?”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인지, 한 번을 가만히 듣고 넘기는 법이 없군.”

내게 이런 걸 가르칠만한 사람이 레예스 당신 말고 또 누가 있답니까?”

하여간 글러먹은 꼬맹이. 그가 아프지 않게 제시의 머리를 툭 치면 애써 참고 있던 웃음이 그에 맞춰 터져 나온다. 통증 하나 없는 부근을 부러 비벼대며 묻는 목소리는 퍽 장난스럽다.

 

안 그래도 나쁜 머리 더 나빠지면 당신이 책임지는 겁니까?”

아니.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못 쓸 테니 가져다 버려야지.”

, 매정하잖아요, 그거! 다 당신 탓인데!”

날 때부터 멍청하던 돌대가리를 왜 나의 책임으로 넘기는 건지 모르겠군.”

, 대장!”

 

 

아무래도 더 이상 젊은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카우보이가 슬 웃어보였다. 즐거운 기억 한 편에 항상 자리한 그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하다못해 그 흔적이라도.

제시는 그 길로 스위스기지를 향했다. 여직 제대로 남아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오로지 그 생각 하나로 도착한 곳은 자신이 알던 모습과 꽤 달랐다. ‘두 영감이 아주 제대로 화딱지가 나셨던 모양이네.’ 온통 일그러지고 망가진 기지를 보며 속으로 한탄하였다. 무엇이 제시 맥크리의 발걸음을 그리 재촉했던 것일까. 머물렀다면,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면 그 성질 나쁜 상관을 막을 만한 사람이 바로 제가 아니었을까. 괜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말없이 황무지 위를 걸었다.

 

…….”

 

생생한 흔적. 좋을 대로 부서진 것들과 그것들 사이에 여전히 짙게 남은 핏자국들. 치글러가 건네준 자료에서 본 것과 꼭 똑같은 모습의 익숙한, 그렇지만 한없이 낯선.

 

이곳에 레예스가 있었다.

 

그 시커멓고 인상 더럽고 늘 제게 못돼먹었던, 말만 하면 콧잔등을 찡그리며 저를 째려보기 일쑤였고 알아먹기 힘든 걸걸한 목소리로 욕을 내뱉기나 하던, 대장인 주제에 칭찬이나 격려하는 법을 몰라서 서투르게 머리통을 후려치기나 하고 꼴에 꽤나 멋있는 웃음을 내보이던, 가브리엘 레예스. 피투성이, 죽어가던 레예스. 그가 이곳에 있었다.

제시는 도저히 그의 멸망을 믿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 레예스가 제시 맥크리의 전부를 갖고 있었기 때문, 그 뿐이다.

 

멍청하기는.”

 

돌아갈 시간이다. 과거에 잡혀있다 보면 쉽게 망령에게 정신을 빼앗기고는 한다. 제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환기시키고는 무겁게 한 발을 내딛었다. 여전히 다소 부주의한 머리는 눈앞을 스쳐지나간 검은 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시체 썩은 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과도하게 신경 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거 더할 나위 없이 맞는 말이군.”

 

그는 순간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조금 더 웅얼대고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였지만, 아무래도 제가 오버워치에 돌아오고 며칠이나 그리워했던 그것과 굉장히 비슷했다. 그러나 진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눈앞에는 잔해들이 보란 듯 펼쳐져 있었으니까.

 

이제는 환청까지.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맥크리.”

 

두어 번 고개를 강하게 휘젓고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커다란 소음이 들렸는데, 총성음 같기도 하였다. 거기까지 파악되자 오른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욱신거렸다. 인상을 찌푸리고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는 계속되었다. 의수로 상처부위를 꾹 눌러 지혈해보기는 하였다만 역부족이었다. 이내 좀 전과 같은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왼 발목이 말썽이다. 뒤이어 왼팔과 의수의 연결부위, 왼쪽 옆구리를 향해 차례로 총알이 박혀왔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고 고꾸라진 맥크리의 앞에 검은 연기가 뭉글거리다가 이내 사람의 형태를 하였다. 그냥 사람이라기에는 얼굴에 뒤집어 쓴 가면이 꽤나 우스웠지만 제시는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통에 잔뜩 구겨진 인상으로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유령 같은 사람은 한 발을 제시의 가슴팍 위에 얹어놓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꼭 그런 것만 같았다는 의미이다.) 그는, 그러고 보니, 어디에선가 저렇게 생긴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탈론, 리퍼. 검은 케이프를 두르고, 가면을 쓰고 있음. 검은 연기가 되어 이동할 때에는 데미지를 입힐 수 없음. 순간이동이 가능함. 전 오버워치 요원들과 오버워치에 관련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음.’

 

치글러의 방이었군. 그 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는 중얼대듯이 말했다. 그 소리를 정체불명의 사내가 놓쳤을 리가 없다.

 

, 그 여자도 아직 살아있는 건가. 자비를 잃은 오버워치의 꼴이 궁금해지는군.”

당신……,”

이제야 눈치를 챘구나, 애송아. 꼴이 아주 가관이군.”

, 당신 거울은 보고 다니는 겁니까.”

 

제시는 하마터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이것은 꿈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저의 우스운 망상일 수도 있다. 그를, 레예스를 그리워하기만 하다가 죽어가는 제시가 가여워 눈과 뇌가 힘을 합쳐 멍청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전히 얼얼한 고통은 이것이 현실임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어떻게……, 당신이 어떻게,”

그야 네놈에게는 가르치지 않은 속임수로. 아마 앞으로도 알 일은 없을 테지. 옛 고향과 작별인사라도 나누지 그래.”

 

자신을 향해 겨눠진, 그 익숙한 총은 분명 전 블랙워치 사령관인 가브리엘 레예스의 것이다. 저 재수 없게 제시의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 역시 가브리엘 레예스의 것이다. 흐릿한 시야가 가면 너머의 얼굴을 꿰뚫는다면, 그 안에 감춰져 썩고 재생하기를 반복하는 것 역시 가브리엘 레예스의 것이다. 제시 맥크리는 저를 죽음까지 내몬 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브리엘 레예스라는 사실에 기뻐해야할지 원망스러워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것마저 간파한 리퍼는 제시의 머리를 향해 총을 두었다. 냉소적인 웃음과 함께 고개가 제시를 마주하였다. 제시는 그의 눈을 보고자 애썼지만 아무래도 보이지 않았다.

 

유언은 준비 되었나, 맥크리.”

 

그가 멋대로 오버워치를 뛰쳐나와, 단 한 번 후회한 적이 있다면 우연히 66번 국도를 지나칠 때였을까. 제 기억 속 늠름한 대장은 그곳을 스칠 때면 늘 인상을 구기고 내가 이곳에서 그 배은망덕한 자식을 주어왔지.’라고 투덜대고는 했다. 그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잘난 대원을 얻어놓고 그런다며 우쭐댔었는데……….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나 지난 듯하다. 해가 기웃거리며 산 너머로 숨어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시 맥크리는 제 자랑스러운 카우보이모자를 조금 눌러쓰며 얼굴을 가렸다.

 

달리 남길 말이 있을 리가.”

 

눈을 꾹 감으며 생각했다. 석양이 지는군. 쓸쓸한 웃음이 그 자리에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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