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야마] 당신의 애완동물을 어쩌구 썰.

연성질/안녕큐 2016. 2. 21. 00:43
 *폰작업 저퀄주의 얌굿 캐붕주의
*상풀, '당신의 애완동물을 조심하세요.' 란 작품을 모티브로 잡았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고슴도치 인생 5개월. 실수로 츠키시마의 손을 찔러 간식을 주고 사과를 한 일도, 새로운 사료가 너무 맛이 없지만 츠키시마가 나를 위해 사준 것이니까 눈 딱 감고 먹었던 일도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끄러워, 야마구치."

 "저기.. 츠키스.. 츠키스으.. 츳키?"

 "... 하아?"

 바보! 츠키시마란 발음도 못하고! 사람이 되면 뭐하냐고.. 헉, 사람이라니.. 내가 사람이 됐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갑자기 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고보니 어젯밤 그렇게 빌었던 것도 같고.. 소원이 이뤄졌어. 나 정말 사람이 됐다고!

 "그러니까 네 말은, 저기 저 케이지에서 살던 그 고슴도치 야마구치가 너란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믿겠지? 믿지 않을 거야. 어쩌면 사람인 나보다 고슴도치 쪽을 더 좋아할지도 몰라. 그치만 간신히 이뤄냈는데.. 나 이제 쫓겨나는 건가? 그러면 다시는 츠키시마를 보지 못하는 거야?

 ".. 일단 이리와. 옷은 입어야지."

 "츳키..?"

 "그 츳키는 도대체 뭐야."

 "미, 미미, 미안! 그치만 발음이 되질 않아서.. 그, 그런데 믿어주는 거야? 내가 그 야마구치란 거?"

 "진실여부는 나중에 파악하고, 우선은 감기 걸리잖아."

 츠키시마는 내 말에 크게 한숨을 쉬더니, 저렇게 말했다. 지금 나를 걱정해준 거지? 그치? 츠키시마가 나를 걱정해줬어! 사람이 되는 건 좋은 거구나.. 츠키시마가 가져온 옷들은 나에게 다소 컸지만 익숙한 냄새가 잔뜩 베어 있어서 기분 좋았다. 맞아, 츠키시마 냄새구나..

 "옷, 사야겠다. 너무 크네."

 "응? 아냐아냐, 괜찮아!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일리도 없고, 나,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밖을 나갈 일도 없는 걸!"

 내 말을 들은 그는 작게 웃었다. 나 방금 우스운 이야기를 했던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어쩐지 부끄러워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맞네, 야마구치."

 가슴이 철렁 하는 느낌이었다. 자꾸 무언가 뭉클하고 먹먹한 것이 목구멍 위로 올라오려는 듯 했다. 행복감에 젖어 눈 앞도 뿌옇게 변하였다. 당황한 츠키시마가 그만두라며 내 등을 토닥였다. 고마워, 츠키시마.

 "저기 츳키. 나 지금 너무 좋아. 이거 꿈인 거 아니겠지?"

 바, 반대로 말해버렸다! 이를 어쩌지? 어떡해야하지?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나는 꿈 쪽이 더 좋은 걸, 이라고 말해버릴 거라고. 싫어, 그런건!

 "나도 네가 사람인 편이 좋은 거 같기도."

 "츠, 츳키!"
 
 "여전히 시끄러워, 야마구치."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정말, 정말로 행복한 고슴도치야!

_(어젯밤)

 으응? 무슨일이지? 어쩐지 힘 없어보이네, 츠키시마. 우, 우는 거야? 안돼, 안돼. 위로해 줘야만 하는데.. 울지마, 츠키시마. 간혹 츠키시마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을 보이고는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슬퍼했다. 그를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은데 나는 그럴 수 없다. 제 무릎을 모아 얼굴을 묻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데 나는 할 수 없다.

 "... 시끄러워, 야마구치. 이 밤 중에 그렇게 케이지를 두드리면 어떡하란 거야, 멍청이."

 무의식중에 코를 벽에 부딪힌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츠키시마의 얼굴은 훨씬 엉망이었다. 눈물이 가득해 붉어진 눈은 아마 내일이면 퉁퉁 부어오를 것이다. 츠키시마는 부드럽게 나를 쓰다듬었다. 지금 보듬어져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아아, 나 정말, 진심으로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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