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후타카마] 어두워 길을 잃고는 했다.

연성질/안녕큐 2016. 2. 28. 00:12

*타임버스AU입니다.

*후타카마이지만 카마사키 안 나옴 주의, 캐붕주의

 

재미있었어, 함께 배구 한 거. 골칫덩어리들이긴 했지만.’

 

우승 한 번 못한 배구가 뭐가 즐겁다고. 혹시 고난과 역경을 즐기는 타입?’

 

후타쿠치 이 자식!’

 

참아, 카마사키! 졸업이잖아, 성인이라고!’

 

그래도, 선배랑은 아쉽네요, 꽤나.’

 

, 미쳤냐? 뭐 잘못 먹었어?’

 

당연한 거잖아요, 파트너이기도 하고, 한결같게 반응해주는 선배가 없어지는 건데. 저로서는 손실이 크다구요.’

 

말리지마, 내가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저 자식을!’

 

, 아오네!’

 

 서로가 파트너란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서 50에 멈춰선 숫자는 그 이상 오르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런대로사랑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학교, 도쿄였던가. 멀리도 갔네, 나 보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럼 좀 더 귀찮게 굴지도 모르는데, 내가. 조금은 걱정되었다. 멀어지는 것이 육체의 거리뿐이 아니게 될까봐. 두려워한 쪽이 숫자가 줄어들어 맞이하게 될 결말인지, 빛을 잃어버린 이후의 세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카마사키 선배가 있는 곳만이 아침이었다.

 

 이미 짝을 찾은 선배들, 혹은 여전히 1에서 머무르는 아오네를 보면서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는 꽤나 공포였다. 숫자가 50을 넘어서고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조바심도 꽤나 났다. 이런 남탕에서만 뒹굴다가 죽어버리는 건 정말 억울할 테니. 그러나 역시, 근처에 있을 파트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오늘도 줄어들었을까, 역시 배구부원이 맞는 걸까. 무의식중에 손목을 확인하곤 했다. 이따금씩 카마사키 선배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저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연히 모니와 선배의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그가, 조용히 내게 찾아와 길 잃은 동공으로 물었다. 혹시 줄고 있? 고개를 끄덕였을 때 선배의 그 난감한 표정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파트너가 나라서 실망했을까. 하긴, 늘 제멋대로에 사고만치는 건방진 후배와 그에 놀아나는 성격 나쁜 3학년이 파트너라니. 우스운 일이잖아. 그래도, 무엇 하나 제대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파트너가 그 사람이라서 분명 다행이었다. 이따금씩 이유 없는 시비와 어리광도 받아주던, 어쨌거나 내게는 길을 밝혀주는 빛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신은 저보다 밝은 것을 질투하고, 앗아가려 한다. 나와 그 사이에 있어서, 카마사키 선배는 지나치게 눈부신 광원이었기에 쉽게 사라져야만 했다.

 

‘49.’

 

 숫자가 줄어들어 놀랐던 것은 잠시 뿐이었다. 그것은 그저 그 다음 소식에 대한 충격을 조금이라도 흡수해주기 위한 에어백 같은 것이었으니까. 갑작스런 암전에 적응할 암순응 정도로 생각되었다.

 

‘48.’

 

 사고라던가, 의미 불명의 죽음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이유 없이 자살을 했다고. 같잖은 개소리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분명 누군가 해친 거겠지, 자살이라니 그 쪽보다는 욱하는 성질에 누군가의 미움을 샀다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다고. 그 젠장 맞은 성격, 어쩐지 불안하더라. 반드시 찾아낼 거야, 남은 시간 동안에.

 

‘40.’

 

 가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만두라고 나를 말렸다. 이렇게까지 해서 그 결과를 뒤집고자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유가 있을 리가 없잖아, 죽은 사람이 당신 파트너라도 이성적이게 넘어갈 수 있겠어? 단순한 문제가 아니잖아, 나까지 죽어버리면 그 사람은 정말 그저 세상에 비관적이었던 부적응 자가 되어버리는 거잖아. 씨발, 그렇게 내버려둘 수 있겠냐고. 모니와 선배가 거들었다. 그래서 카마사키 선배를 죽인 사람을 찾아내면 어떻게 할 건데? 난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20.’

 

 메일이 왔다. 그것도 죽은 선배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읽지 않았다.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멈추었다. 더 이상 범인을 찾아내어도 카마사키 선배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남은 시간들마저 그 사람을 위해서 쓰기에는 내가 조금 가엾다고 느껴서 일까. 모니와 선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20일간은 카마사키의 파트너가 아닌 후타쿠치로 살아, 범인이라면 내가 찾아볼게. 당신의 파트너가 내가 아닌 그였다면, 더 행복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5.’

 

 카마사키 선배의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을 떠올렸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들어있는 기분이었다. 코가네는 항상 이런 상태겠지. 어땠더라, 조금은 슬펐을까. 사실, 나는 그저 숫자가 줄어든다는 두려움만 있었던 거 아닐까. 그렇다면 애써서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 했던 이유는 내가 선배 때문에 죽어야만 한다는 원망 때문? 역시 그랬던 것일까.

 

‘1.’

 

 평온하다. 어제와 같은 날이 반복되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배구를 했고,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아무렇지 않게 눈을 뜰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확인하지 않은 메일이 거슬렸지만, 그것을 볼만한 용기는 없었다. 죽은 사람에게서 온 메일이라니, 누가 봐도 죽기 직전 심경을 담아놓은 유언장 따위일 것이 분명하잖아. 그가 죽은 49일째 되는 날, 하루 뒤에는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그 날, 갑작스레 반짝인 빛이 자신을 따르라고 말해왔다. 죽기 직전의 변심 정도라고 해둘까, 원래 사람은 쉽게 마음이 변하곤 하잖아. 어떤 대단한 말이 적혀있나 한 번 보자고. 반짝이며 메일을 확인하라는 그 표시를 향했다. 잠시 망설이다 아직 읽지 않은 것을 클릭했다. 세상은 삽시간에 밝아졌다. 수 많은 날들, 그 어둠 속에서 헤매이던 내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열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더 이상 이곳에는 머무를 수 없겠지.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카마사키 선배 따위 만나고 싶지 않아. 이건 진심이라고. 두 번 다시 당신 같은 사람은 만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알겠죠. 이렇게 제멋대로인 사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단 뜻입니다. 

 




제목 こめんねしてる(미안해사랑해.)


사실 인터하이가 끝난 후부터 조금 아팠달까, 겁쟁이라 좀 더 일찍 말해주지 못했어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더라모니와들에게는 모른 척 해달라고 부탁했어나를 미워해줘용서할 수 없을 만큼 원망해줘그래도죽기 전 그 날만큼은많이 억울하겠지만 이해해줘난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란 말이지약골자식이라 미안하다빌어먹을 후배 녀석.




 죽어서도 젠장 맞은 사람이네요, 빌어먹을 선배님.”


 비로소 길을 찾았다. 그 동안 뒤는 돌아볼 생각조차 안 했으니 몰랐던 것이었다. 늘 그 곳에 있었는데, 당신이 있는 곳은 이렇게 빛나고 있었는데.










도대체 뭘 쓰려고 했던 거냐 나녀석아!!!!!ㅠㅠㅠ

파트너를 잃어버리고 방황한느 후타쿠치 (19세)가 보고싶었는데

후... 제 뇌는 자결합니다. 신속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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