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쿠로츠키] 세가지 소원Ⅰ

연성질/안녕큐 2017. 1. 11. 02:07

BGM ; 레드벨벳 - 세가지 소원

https://youtu.be/Bv1b5MzLIAM

*대학생AU입니다! 츠키시마와 쿠로오는 룸메이트입니다!

*오랜만의 연성이라 캐붕이 지려벌지만,, 메리 쿨츳데이,,,

 

 

   “어이, 케이. 늦잖아.”

   “쿠로오씨가 너무 일렀던 겁니다.”

 

   신년까지 쿠로오씨의 얼굴을 봐야하는 겁니까, 툴툴대면서도 쿠로오씨의 뒤를 따랐다. 송년이랍시고 보투토씨, 아카아시씨와 함께 모였던 날, 구해를 함께 보냈으니 새해도 함께 맞으면 좋을 것 같다고 대충 뱉었던 말이 실제가 될 줄이야. 담담히 지난 날을 곱씹으며 그와 발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이제 한 손을 꼬박 다 접어야 닿을 날이다. 싫다던 나를 어거지로 끌어와 개인연습을 하게 만들고, 멋대로 이것저것 알려주더니 금세 좋을대로 부르며 연락처까지 가져갔었지. 그러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내게도 관록이 생긴 것인지 귀찮을 만큼 내게 관심이 많은 이 사람과 지금은 한 방을 쓰고 있을 정도이다. 면역력이 생긴다든가,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몸소 체험하게 해준 그를 어쩐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곧잘 ‘휘둘린다’고 표현하고는 했는데, 이렇게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사람은 (형인 아키테루를 제외하고,) 꼭 처음이었다.

   쿠로오 테츠로씨는 사악한 얼굴로 나를 곧잘 놀리고는 하는데, 이상하게도, 히나타나 카게야마에게 하듯이, 열 받는 만큼 시원하게 받아쳐내질 못한다. 또한 그의 일상은 보쿠토씨만큼이나 빈틈투성이인데, 경기 중에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치밀하다. 그것 뿐일까. 조금 쉴만 하면 다가와 '츳키―', '안경군', '케이!' 하는 식으로 귀찮게하고는 하는데 그게 어쩐지 싫지가 않다. 그리고 돌연, 잘난 체하며 웃어보이면 (아주 가끔이다만) 그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도 같다. 

   쿠로오 테츠로는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을 고르라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꼽을 그런 사람이다.

 

   “안경군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인 거 알아?”

 

   밤공기는 쌀쌀했다. 옅은 겨울 냄새가 기분은 좋다만, 아무래도 추운 것은 별로였다. 조금 몸을 움츠린 채로 걷는데 그가 제 붉은 목도리를 풀러 매주었다. ‘연인 행세입니까.’ 볼멘소리로 물었지만, 따뜻한 기운에 달리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쿠로오씨 냄새. 얕게 숨을 들이마쉬다가 얼굴을 목도리 속으로 숨겼다. 금세 목도리의 붉은 색이 얼굴을 물들이는 듯 했다.

 

   “케이, 이제 금방이야. 뛰자!”

   “네? 자, 잠시만……!”

 

   손을 맞잡고 무작정 뛰어 도착한 신사 앞은, 한밤중인데도 북적거렸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연인들과. 옹기종기 모여 웃는 이들 사이에서 어쩐지 이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누구와 함께 신사에 온 걸까.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사람, 혹은 현재인 룸메이트.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케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다음 우리야.”

   “아, 네”

 

   실없는 생각. 나는 그것을 머릿속에서 떨궈내려 했다. 그러다 문득 돌아본 곳에 쿠로오씨가 보였는데, 신사 앞에 서서 무언가 간절히 손을 모으고 비는 그를 보며, 조금은 우습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곳에 빈다고 이루어질까. 속는 셈 치고, 이런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같을지는 잘 알고 있지만, 생에 처음으로 간절하게 손을 모았다. 내 머릿속의 실없는 생각이 아주 터무니없는 헛소리가 되지만은 않게 해달라는 바람. 신따위 있을리가 없지 않냐고 떠들어대던 자의 소원을 이뤄줄리 만무하지만.

 

   “뭐라고 빌었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아―, 치사해. 째째시마.”

   “히나타입니까? ……그러는 쿠로오씨는 뭐라고 빌었는데요.”

   “글쎄…,”

 

   바보같은 건 오히려 지금일까. 될 수 있다면 저 물음을 뱉기 이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신의 만능을 너무 과신하셨네요.’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답한 이후에도 속이 울렁이는 듯 했다. 그의 답이 날카롭게 속을 후벼팠다.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우는 소리를 해대는 그에게 얄밉게 웃으며 틀린 말도 아니지 않느냐 말했다. 정말로 틀린 것은 그가 아니라 자신임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자친구나 생기게 해주세요, 일까.’

 

 


 

 

  이번 신은 꽤나 관대한 존재였다.

 

   “아, 케이.”

   “여자친구입니까?”

   “어? 아니―,”

   “금세 이뤄졌네요, 소원. 잘됐어요.”

   “……그러게. 앞으로 매해 거기로 가야겠어.”

 

   저는 아마, 싫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지 못하고 그러든 말든 별 관계 없다는 듯 어깨나 으쓱해보였다. ‘데이트나 하세요.’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고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속이 메스꺼웠다. 덕분에 점심에 위 속으로 우겨넣었던 음식들을 모두 게워내야만 했다. 하루종일 울렁이는 속을 달래며 ‘괜찮다, 괜찮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위로를 되뇌었다.

 

   헤매던 시간은 어느새 해를 잃었고 달을 만났다. 그 날 손을 마주 잡고 뛰었던 그 길이, 오늘은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졌다. 한참을 걷고 또 걷자 한적하고 컴컴한 신사가 보였다. 오늘의 밤만큼이나 쌀쌀하고 쓸쓸한. 나는 느릿하게 그 위로 올랐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모았다. 이 관대하되, 정직한 신을 향해서.

 

   “하나를 말하면 열은 알아주는 신이길 바랐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네요. 아니, 그다지 불만은 없습니다. 그냥 혹시 제가 빠뜨린 게 있을까봐 왔어요.”

 

   ‘그의 시간에 내가 단 1분이라도 좋으니 자리하게 해주세요.’

 

   “별 건 아니고, 올해도 별 탈 없이 그와 함께하게 해주세요.”

 

   ―사치스런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렇게나마 쿠로오씨의 곁에 계속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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