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츠키히나] 滿月 (만월).

연성질/안녕큐 2016. 2. 21. 20:17

*히나타와 츠키시마가 머무르는 곳은 정신병원입니다.

*캐붕과 자살에주의하세요!



“어라? 너구나, 신참?”


 히나타 쇼요. 츠키시마 케이가 그를 처음 봤을때,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맑은 웃음으로 츠키시마를 반기는 히나타의 모습은 햇살과도 같았다. 눈을 감아도 저를 비춰오는 밝은 빛에 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도, 그가 간절히도 바랬던 조용한 병원살이는 실패인 것 같았다. 혼자뿐인 병실에서 따분했는지, 제 옆에 꼭 붙어서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모습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조용한 방을 원했던 츠키시마에게는 굉장한 낭패였다. 이곳에서도, 나만의 공간이라던가 시간을 갖는 것은 무리겠네. 그는 커튼으로도 미처 가려지지 않는 햇빛을 피해 침대 위를 올랐다. 그러나 어딜 향하든 빛이 따라왔다. 이렇게나 밝은 곳은 17년 간 처음, 낯선 아침이 츠키시마에게는 버거웠다.


 “츠키시마는 여기 왜 온 거야? 무슨 문제가 있어?”


 “알 거 없잖아.”


 끈질기게 구는 히나타의 머리를 밀어내며 헤드폰을 쓴 그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곳에 왔더라. 정확히, 이곳으로 버려졌다는 표현이 옳았다. 츠키시마의 집은 이름있는 기업가였다. 그 주변은 항상 무언가 얻기위해 모여있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케이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다. 케이는 그를 존경했다. 그의 형은 때로는 은은하게, 밝고 영롱하게 츠키시마를 비춰주고는 했다. 고고하고 우아한 달은, 태양빛에 감춰지는 동안 남몰래 상처를 남겼다. 조금씩 작아지던 위상이 츠키시마에게 비밀을 들켰던 날, 달은 무너졌다. 츠키시마는 그의 역할을 대신하기에 부족했다. 츠키시마의 아버지는 원망을 케이에게로 돌렸다. 그래서 보다 세상과 단절된츠키시마 케이가 더는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시끄럽고 부산한 공간보다는 이 편이 낫다고, 케이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에게 깊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츠키시마라는 성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츠키시마 아키테루’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남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멍청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옮긴 병동에서 이런 사람을 만날 줄이야. 저의 헤드폰을 벗기는 손길에,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히나타를 돌아본 츠키시마는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 밝은 태양이 오로지 자신만을 비추었다.


 “응? 왜 온 건데, 츠키시마!”


 이상한 감정.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 같으면서도 차분했다. 츠키시마는 그 정의할 수 없는 느낌을 애써 감추며 도망쳤다. 히나타가 없는 곳, 다시금 캄캄한 음지로. 그러나 그는 생글거리며 잘도 츠키시마를 찾아보였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항상 붙어있게 되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히나타가 다가간 상태였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츠키시마도 도망치는 것을 멈추었다. 끈질기게 붙어있는 그가 더는 귀찮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날따라 츠키시마는 잠에 들기 어려웠다. 벌레들이 짝을 찾기 위해 내는 소리를 듣고, 어쩌면 본능적으로 저의 짝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뒤척이기를 여러번, 눈을 떠 보니 건너편 침대가 비어있었다. 츠키시마는 일어서 불빛을 따라 걸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반쯤 잠든 정신이 몸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이윽고, 히나타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밝은 그곳에 도착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얇은 쇳덩이가 바닥과 부딪혀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두시간 전만 해도 하얗던 환자복이 붉었다. 히나타는 덜덜 떨며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어떤 목소리도 밖을 향하지 않았다. 고요한 새벽을 깨울 수 있는 것은 수탉의 울음 뿐이다. 츠키시마는 말 없이 몸을 돌렸다. 방으로 돌아와 몸을 눕혔다. 


 “저기, 츠키시마. 그건 말이지…”


 “자신의 몸을 찌를 바에야 차라리 남을 괴롭히는 편이 낫잖아. 한심해.


 내뱉고도 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츠키시마였다. 피투성이가 되었던 것은 히나타의 손목인데, 어쩐지 자신의 팔 전체가 욱씬거렸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바보같아. 인상을 쓴채로 돌아서 누웠다. 다음날, 히나타는 츠키시마를 찾지 않았다. 케이는 분명 귀찮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눈으로는 계속해서 히나타를 찾고 있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볼 수가 없었다. 해가 사라졌기에 어디에도 빛이 없었다. 츠키시마에게 지독한 밤이 돌아왔다. 늘 겪어온 어둠이 이번에는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츠키시마는 가장 밝은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높은 곳, 가장 태양과 가까운 곳. 항상 단단히 잠겨있던 곳이 오늘은 열려있었다. 희미한 빛이 새어나와, 츠키시마는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어두워졌기에, 옥상 위를 은은하게 적셔준 것은 달빛이라고 생각했다. 따스한 느낌에, 이 근처 어딘가 그가 찾는 태양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옅은 빛에 젖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가만히 머물렀다. 태양이 있음에 달이 빛난다. 더욱 밝고 선명한 빛을 보낼수록 달은 환하게 밤을 비춘다. 츠키시마는 그 희미한 달빛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언제나 밤인 날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아침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자는 이유는, 그들에게 어둠을 견뎌낼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츠키시마는 다르다. 그의 세상은 언제나 밤이기에, 어두워지면 비로소 눈을 뜬다. 어디에도 달빛이 어리지 않는다. 그 날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보고 싶다만, 광원을 잃은 위성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츠키시마 역시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밤 하늘 아래, 무언가를 기다린다. 동틀 무렵의 새벽 내음을 맡으면, 슬며시 침대로 향한다. 아마도 그에게 더 이상 아침은 오지 않는다. 


 “보고싶어.”


 짜증나게 눈부시던 해가 다시금 만나고 싶어. 연약한 음성이 흩어졌다. 어둠이 깔린 곳에, 츠키시마는 홀로 서 있었다. 창문을 지나 환한 달빛이 흔들거리는 그를 비춰주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달이 가득 찼다.







+)

다 쓰고 나니까 제멋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여 놓은 것 같네요ㅠ 

혹시라도 이해가 가지않으신다면, 

히나타와 아키테루 두 사람의 자해와 자살,

 그리고 그것을 모두 목격한 케이 정도로 봐주시면 됩니다!

 결말은 몰살! 고멘츳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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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오이이와] かみ (신).

연성질/안녕큐 2016. 2. 21. 03:45
*알디님(@Neillin_rd)의 2차연성 '레스큐일지-14'를 모티브로 한 3차연성입니다.
*오이카와 안나옴 주의. 캐붕, 저퀄 주의.

 오이카와. 시끄럽게 매번 힘들다고 찡찡거리기나 하고 하기 싫다, 일이 너무 많다 투정 부리는 것이 고작인 짜증나는 녀석. 농땡이 부리지 말라고. 그러면서도 수술 때에는 사뭇 진지해져 아주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나 바쁜데 누워서 뭘 하는 거냐. 한 생명을, 살릴 때마다 함께 기뻐하고 잃을 때마다 함께 슬퍼했다. 오늘처럼 정신 없이 바쁜 날에는 보란듯 모두 살려내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웃음지었다. ―이런 피투성이 모습 대신에.

 “이와이즈미..”

 “... 괜찮아. 수술 준비할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다만, 눈 앞의 단 하나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외출하기 전 재수없게 떠들어버린 말이 끔찍하게 후회되었다.

 ‘이와짱, 나 오늘 정말 이상하다구. 꿈에서 죽을 운명이라던가 그런 거 봐 버린 거 같아!’

 ‘죽어버려, 망할카와.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연차라니.’

 ‘정말인데 믿어주지도 않고! 이와짱은 나빠!’

 ‘.. 가다 벽이나 박아버려.’

 단 하루였다. 오이카와가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이들에게 사죄하러 가는 날은 1년 중 오늘 하루 밖에 없었다. 재수 없게도, 하필 오늘, 큰 버스가 사고가 났고 이를 피하려던 작은 승용차가 벽에 차를 박았다. 다행히도 버스 내에는 큰 부상자가 없었지만, 승용차의 운전자는 중태에 빠졌다. 수 많은 날들, 수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잡생각이 머리를 떠다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씨, 수술..”

 “어, 들어갈게.”

 구조대원 녀석들이 어떻게든 이어온 생명을 내가 꺼뜨릴 수는 없지. 죽을 운명이란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보란듯 살려낼 거라고, 망할카와. 살아나면 오늘 내가 한 일의 열 배는 해야할 거다. 알았냐?

 “혈압이 계속 내려갑니다, 맥박 불안정. CPR 실시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그만큼의 누군가는 돌연 죽어버려. 죽고 사는 것은 결국 신의 뜻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럼 중간에서 의사는 뭘 하는 거지 생각하곤 해.’

 신 따위가 있을리 없잖아. 정해진 운명따위는 없고, 애시당초 그런 것들을 부정하려고 의사가 되었다고, 나는. 자꾸만 그의 몸을 적시는 죽음의 그림자가 두려웠다. 살려내지 못한 환자에 대한 죄책감은 언제나 컸다. 그럼에도 의사를 하는 이유는 살려낸 환자에 대한 기쁨이 그 두세배는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느껴지는 생명의 무게가 다르다. 앞으로 더 몇 사람을 살려낼지 모르는 사람이 수술대에 누워있다. 때로는 내게 원동력이 되어주는 사람이 숨도 제대로 못 가누며 죽음과 싸우고 있다.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생명은 없다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자꾸만 눈 앞에 검은 것들이 아른 거린다. 지키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막아선다.

인간의 무력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늘 웃으며 활력이 된다던가 하는 그보다는 나 같이 성격 더럽고 재수 없는 새끼를 데려가는 편이 맞을텐데, 분명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이다. 수술을 마치고도 여전히 위태로운 네 곁을 지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지도 않은 자신의 신을 향해 하염없이 기도를 내뱉는 일 뿐이었다. 신 같은 것은 믿지 않겠다고 떠들어댄 내가 이런 식이라 열받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보라고. 운명이란 것이 존재하고 오이카와가 정말 죽을 운명이라면, 난 보란듯 당신에게 엿을 날릴 거야. 그리고는 그를 살려낼 거라고, 알아 들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직 그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말이지.

“.. 이 망할카와 좀 살려주십쇼, 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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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야마] 당신의 애완동물을 어쩌구 썰.

연성질/안녕큐 2016. 2. 21. 00:43
 *폰작업 저퀄주의 얌굿 캐붕주의
*상풀, '당신의 애완동물을 조심하세요.' 란 작품을 모티브로 잡았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고슴도치 인생 5개월. 실수로 츠키시마의 손을 찔러 간식을 주고 사과를 한 일도, 새로운 사료가 너무 맛이 없지만 츠키시마가 나를 위해 사준 것이니까 눈 딱 감고 먹었던 일도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시끄러워, 야마구치."

 "저기.. 츠키스.. 츠키스으.. 츳키?"

 "... 하아?"

 바보! 츠키시마란 발음도 못하고! 사람이 되면 뭐하냐고.. 헉, 사람이라니.. 내가 사람이 됐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갑자기 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고보니 어젯밤 그렇게 빌었던 것도 같고.. 소원이 이뤄졌어. 나 정말 사람이 됐다고!

 "그러니까 네 말은, 저기 저 케이지에서 살던 그 고슴도치 야마구치가 너란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믿겠지? 믿지 않을 거야. 어쩌면 사람인 나보다 고슴도치 쪽을 더 좋아할지도 몰라. 그치만 간신히 이뤄냈는데.. 나 이제 쫓겨나는 건가? 그러면 다시는 츠키시마를 보지 못하는 거야?

 ".. 일단 이리와. 옷은 입어야지."

 "츳키..?"

 "그 츳키는 도대체 뭐야."

 "미, 미미, 미안! 그치만 발음이 되질 않아서.. 그, 그런데 믿어주는 거야? 내가 그 야마구치란 거?"

 "진실여부는 나중에 파악하고, 우선은 감기 걸리잖아."

 츠키시마는 내 말에 크게 한숨을 쉬더니, 저렇게 말했다. 지금 나를 걱정해준 거지? 그치? 츠키시마가 나를 걱정해줬어! 사람이 되는 건 좋은 거구나.. 츠키시마가 가져온 옷들은 나에게 다소 컸지만 익숙한 냄새가 잔뜩 베어 있어서 기분 좋았다. 맞아, 츠키시마 냄새구나..

 "옷, 사야겠다. 너무 크네."

 "응? 아냐아냐, 괜찮아!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일리도 없고, 나,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밖을 나갈 일도 없는 걸!"

 내 말을 들은 그는 작게 웃었다. 나 방금 우스운 이야기를 했던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어쩐지 부끄러워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맞네, 야마구치."

 가슴이 철렁 하는 느낌이었다. 자꾸 무언가 뭉클하고 먹먹한 것이 목구멍 위로 올라오려는 듯 했다. 행복감에 젖어 눈 앞도 뿌옇게 변하였다. 당황한 츠키시마가 그만두라며 내 등을 토닥였다. 고마워, 츠키시마.

 "저기 츳키. 나 지금 너무 좋아. 이거 꿈인 거 아니겠지?"

 바, 반대로 말해버렸다! 이를 어쩌지? 어떡해야하지?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나는 꿈 쪽이 더 좋은 걸, 이라고 말해버릴 거라고. 싫어, 그런건!

 "나도 네가 사람인 편이 좋은 거 같기도."

 "츠, 츳키!"
 
 "여전히 시끄러워, 야마구치."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정말, 정말로 행복한 고슴도치야!

_(어젯밤)

 으응? 무슨일이지? 어쩐지 힘 없어보이네, 츠키시마. 우, 우는 거야? 안돼, 안돼. 위로해 줘야만 하는데.. 울지마, 츠키시마. 간혹 츠키시마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을 보이고는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슬퍼했다. 그를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은데 나는 그럴 수 없다. 제 무릎을 모아 얼굴을 묻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데 나는 할 수 없다.

 "... 시끄러워, 야마구치. 이 밤 중에 그렇게 케이지를 두드리면 어떡하란 거야, 멍청이."

 무의식중에 코를 벽에 부딪힌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츠키시마의 얼굴은 훨씬 엉망이었다. 눈물이 가득해 붉어진 눈은 아마 내일이면 퉁퉁 부어오를 것이다. 츠키시마는 부드럽게 나를 쓰다듬었다. 지금 보듬어져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아아, 나 정말, 진심으로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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