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다이스가] 열아홉.

연성질/안녕큐 2016. 2. 29. 00:03

*메아리님의 열아홉(https://youtu.be/rknGGxWfiWM)’ 보고 쓴 3차 연성입니다.

*과거날조가 있습니다. 캐붕과 저퀄에 주의하세요!

 

우리는 종종 사랑해줘라는 말을 사랑해라는 말로 대신하곤 한다.

 

다이치, 그 말 진심이야?”

 

비극은 그렇게 출발한다.

 

 

 인터하이 예선, 타나카와 부딪힌 이후 눈을 뜬 곳은 불편한 침대 위였다. 갑작스럽게 눈으로 들어온 빛이 강해 인상을 찌푸렸다. 어쩐지 주변이 온통 하얬다. 크게 내 이름을 부르는 스가의 목소리가 확실히 의식을 깨워주었다. 병원인가, 쓰러져버렸구나. 그렇다면 경기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닥쳐 들어온 부모님 탓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염치로 이곳에 있는 거니, 우리 아들이 이 꼴이 된 걸 보고도 네가 그 곳에 서 있을 수 있니? 스가를 다그치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골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어색하게 웃은 스가와라는 고개 숙여 인사를 뱉은 뒤 문을 향했다. 나중에 올게, 그 말을 끝으로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가벼운 뇌진탕,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상태가 많이 호전된 이후에는 배구를 계속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소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금세 나아질 것이라고,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나면 퇴원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다행이야, 아직 할 수 있어, 배구. 봄고 대회 때까지는 반드시 다 나아서 함께 해야지, 마지막 경기까지.

 

그딴 배구 진즉에 때려치우라고 했잖니. 왜 꼭 이런 꼴을 보게 만들어!”

 

할 만큼 한 것 같구나, 이제 학업에 조금 더 힘 써야하지 않겠니.”

 

 속이 울렁거렸다. 먹은 것도 없는 주제에 모두 게워낼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말들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매일을 보내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기를 바랐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한 것을 걱정한 부모님은 내가 배구를 배우도록 하셨다. 취미라고 할 것이 배구밖에 없어서 인지 꾸준히 했던 것이 중학교 때에, 학교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즐겁다고 생각했다. 시합에 나가는 것은 다칠지도 모르니까 안 된다고 하신 부모님 몰래 경기를 했고, 이겼을 때 느낀 그 황홀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탐탁지 않아하는 부모님을 뒤로 한 채, 카라스노에 들어갔다. 이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른 아침마다 일어나 연습을 하는 것이 꽤나 행복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학년 봄고 대회가 끝나고 더 이상 내가 아는 카라스노는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모님은 나와 배구를 끊어냈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니까, 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 놀란 듯 보이던 스가는 매일같이 나를 찾아왔다. 입부한 이후로 늘 함께였고, 같은 마음이란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친구 이상의 어떤 것을 간직한 사이였다. 그런 그가 부탁했기에 단순히 흔들렸던 것일까,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다이치, 배구 계속 하자.’

 

?’

 

함께 하고 싶어, 다이치랑 하는 배구가 좋으니까.’

 

, 무슨 소리야?’

 

당연한 거잖아! 사랑하는 사람이랑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건.

다이치는 안그래?’

 

나도 그래. 나도 너랑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하니까. 배구도, 너도.

 

 부모님께 3학년에도 배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내가 아닌 스가와라였지만, 계속해서 코트에 서 있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다. 부모님이 반대했던 것은 잠시 뿐, 나와 스가의 완고한 태도에 그들 역시 손을 들었다. 단순한 취미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사뭇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부모님의 기대보다 배구에 애정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배구가 생각 이상으로 소중하게 되어버려서, 그래서, 어쩌면 이번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믿음이 어긋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만, 이번에도 지켜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봄고까지 함께하기로 했잖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그렇게 돼버렸네.”

 

혹시 아직도 몸이 좋지 않으신 겁니까? 예선까지는 아직 꽤나 시간이 남았으니까 연습량을 줄이고 조금씩 회복해가면 괜찮지 않을까요?”

 

, 다이치선배.”

 

기둥이 되어주던 사람이 갑자기 빠지는 건 조금 걱정 되는데, 사와무라, 꼭 그만둬야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냐?”

 

그냥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스가가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몸이 안 좋아서가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 타나카.”

 

 집으로 돌아가기 이전에 스가와라가 찾아왔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내가 뭔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거기까지만 듣고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별 거 아냐, 사소한 일인 걸. 소문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말에 그런 거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거 들었어? 배구부 얘기.’

 

, 주장 때문에 기권패한 거?’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리는 바람에 완전 난리 났다면서!’

 

그러게, 이번에는 그런대로 성적이 좋아서 전국까지 가버리는 건 아닐까 기대했는데. 글러먹은 거지, 주장 때문에.’

 

너네 뭐야?’

 

가자, 스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네. 그런 거 아니야, 다이치 탓일 리가 없잖아. 그딴 헛소리 짓거리지 말라고.’

 

 나는 그렇게 사소한 일 때문에 도망쳐버리는 겁쟁이일 뿐인 걸.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라니 완전히 주장 자격 실격이지, .

 

 한심한 모습에 실망할 것만 같아서 스가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겼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겉으로는 내 탓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나를 원망하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미안해졌다. 배구부의 모두를 볼 자신이 없었다. 다음 날, 매일처럼 이른 아침에 학교에 도착해서 더 이상 체육관을 향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는 계단을 올랐다. 복도의 활짝 열린 창문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속삭이듯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다이치!”

 

, 스가! 너 연습은 안 가고 왜..”

 

이유같은 거 묻지 않을게, 사람마다 괴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 그치만, 그치만 다이치 그 말 진심이야?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은 거야? 그런 게 아니라면 나랑 아사히가 어떻게 해서든……!”

 

진심이야. 미안해 스가와라.”

 

한심해, 한심하다고 다이치. 나는 왜 너 같은 사람을 사랑했을까.”

 

 

 한 번씩 눈을 감으면 3년 전 그 상황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고 그는 상처 받은, 실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으면 사라졌고 그렇지 않으면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끝까지 봐야만 했다. 죄책감을 가졌던 그 때 당시의 나를 욕할 처지는 아니다. 여전히 나는 스가와라라던가 다른 배구부원들 모두와의 연락을 끊은 채로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매일같이 기도한다.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다시 한 번만 스가와라의 앞에 설 수 있다면, 다른 대답을 했을 것이라고. 사실은,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이렇게 내 눈 앞에 스가와라가 있어만 준다면,

 

시만. 뭐라고? 


다이치!”

 

 , 꿈인가. 나 아직 잠을 자고 있던 중이었나.

 

이유 같은 거 묻지 않을게.”

 

 그래, 역시 그랬구나. 아니라면 내 앞에 다시 스가와라가 서 있을 리가 없잖아.

 

한심해, 한심하다고 다이치. 나는 왜 너 같은 사람을 사랑했을까.’

 

 그렇게 말해버렸는데, 무슨 생각으로 나를 다시 보겠어. 그렇지? 그치, 이건 꿈인 거지? 늘 꾸던 꿈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실감이 날까.

 

사람마다 괴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

그치만, 그치만 다이치 그 말 진심이야?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은 거야?”

 

 열린 창문 틈새로 바람이 불어왔다. 선선한 바람이 스가와라의 향을 코언저리에 싣고 왔다. 꿈에서 향기? 착각인가? 무의식중에 손을 뻗었다. 그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옅게 떨리는 그의 손을 쥐었다. 사라지지 않았다. 허상이 아니었다. 매일같이 꾸던 꿈과는 다르다. 눈물이 고여 벌겋게 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스가와라는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 모습이 아니다.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비극은 이미 출발했어. 돌아갈 수 없어,”

 

나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니까.

 

 사랑했어. 아니, 어쩌면 사랑받길 바란 거야. 부모님께, 배구부 녀석들과 배구에게, 그리고 너에게. 감히 사랑해달란 말을 할 수 없어서 나 자신이 사랑한다고 내뱉을 수밖에 없었어. 끝끝내 도착한 곳에서 더 이상 내가 바란 것들이 내게 사랑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그래서 도망쳤어,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내뱉는 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서 있었다. 나 역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이라면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 않았을 때의 결말은 정해져있지만, 저질러버린 후의 결말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는 것. 내가 모르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도망쳤지만, 내게 자격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의, 우리의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그 중심에 선 한 사람 뿐이다. 그것을 끝낸 영향이라던가, 사실은 그 비극이 최선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관한 두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뿌리쳐내야만 비로소 끝이 난다. 과거, 도망쳤던 자신을 저주하던 수많은 날들을 뒤로 다시 한 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이유는 모르겠다만, 나의 변화가 모두의 비극을 거두어낼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열아홉의 순정을 꿈꿀 수 없다. 내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따위는 없고 우연히 소설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도망쳐서 얻은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사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한들, 나는 속였던 진심을 말할 것이다. 그 당시를 바라볼 수는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고, 나는 그저 그 추억 중 한 부분에 서 있을 뿐이다. 그 결과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지, 내가 다시 한 번 과거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것은 미지수이다. 과거를 바꾼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로 내가 그 후회를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선택으로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사랑해,’라는 말을 할 용기가 있다면,

 

 열아홉,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도……,

 

나도 아직 하고 싶어!”









너무 멋진 주제를 망쳐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쩔어줍니다ㅠㅠ 

짠내나고 찌질한 다이치가 보고싶었을 뿐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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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다이치] 잔재(殘在)

연성질/안녕큐 2016. 2. 6. 01:11

*카라스노가 전국 준결승에서 네코마에게 패했다는 전제의 이야기 입니다.

 30점이 넘어섰다. 목구멍에서 피맛이 나는 것 같았다. 기진맥진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공을 응시했다. 힘겹게 살려낸 공격이 막히고, 또 다시 리시브에 매달렸다. 공이 날아온다. 지금 발을 내딛어도 늦을지 몰라. 0.1초. 그제서야 몸을 날렸다.

카라스노 敗

 바닥에 내팽개쳐진 공이 눈 앞으로 튀어올랐다. 고작 한 걸음, 1cm 앞에서 울려온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턱이 얼얼한 것이 바닥에 부딪힌 것 같다. 그러나 통증은 오히려 귓가에서 느껴졌다. 숨이 막혔다. 강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휘슬이 울렸다. ‘전국 우승’. 거대한 벽이 조그만 글자 사이를 가로막았다. 3년간 바라보며 달려왔던 정상이 한순간 사라졌다. 신기루 였을까나. 모두 헛된 시간이었어. 그렇게 나의 배구는 끝이 났다.

“카라스노 출신?”

“아, 네.”

“우와. 카라스노라면 그 배구강호? 대단하잖아, 다이치!”

 웃었다. 억지 웃음은 아니었다. 고작 몇 주 전의 그 날이 영화처럼 느껴져 우스웠다. 눈 앞에 떨어진 공이 여전히 생생하다. 바닥에 부딪혀 얼얼했던 턱의 감촉이 남아있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고, 결말은 배드. 멍청한 주인공이 망설인 시간이 결국 실패를 빚은 영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난 그것이 두려워 도망쳤다. 다시는 코트 위에 설 수 없겠지. 지쳐서 망설인 0.1초의 대가이다.

[다이치 잘 지내? 카라스노 갈 건데 같이 갈래?]_스가
[다이치상 연습 도와주러 오세요!]_노야

[바빠서, 미안. 나중에 함께 하자!]

 바쁘다니 뭐가. 배구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는데. 그러나 더는 패배의 무게감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벗어나서 좋아. 진심으로.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모두를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잊기위해 뭐든 열심히 했다. 날씨가 후덥지근해졌을 때 즈음, 마음이 편해졌다. 그랬다고 여겼다. 과제를 마치고 뒤늦게 눈을 붙였다. 쉬고 싶었다. 눈이 떠진 시간은 5시.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뭉쳐진 잔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목구멍에 먼지가 잔뜩 낀 듯, 매캐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 내치기위해 들이킨 물이 씁쓸하다. 인터하이가 다가왔다. 카라스노는 정신없이 바쁘겠지. 더 이상은 나와 관계 없지만.

[오늘 3시에 네코마와 연습 있어요. 시간 있으면 와주세요.]_치카라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참을 그 문자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네코마.’ 그 한 마디에 불타올랐던 시간도 있었다. 1년 전, 타케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겨우 닿았던 인연이 카라스노를 전국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그 뿐이다. 우리는 네코마에게 패했고, 까마귀는 무대 위에 남지 못했다.

“어라? 사와무라? 이 학교 였어?”

“... 쿠로오?”

“이야, 이거 대단한 우연인데. 운명인가?”

 그의 실 없는 소리에 웃음지었다. 급하게 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불편해. 나는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보란듯 여전히 배구를 해왔다. 불편한데. 그 날의 기억이 나를 괴롭혔다. 더 이상 공을 만질 수 없었다. 코트에 설 수 없었다. 카라스노의 그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근데 말야, 카라스노의 주장.”

 네코마를 향한 원망? 모든 원망은 나를 향했다. 쉬고 싶었다. 그 생각이 카라스노를 경기장 밖으로 내쫓았다. 나의 실수다. 내게는 더 이상 배구를 할 자격이 없어. 그런데, 그게 분명한데,

“안 갈 거야?”

하고 싶어. 코트 위에서 이전처럼 그들과 위를 보고 싶어.

_

 무겁게 문을 열어젖혔다. 이리저리 튕겨진 공. 체육관을 가득 메운 기합. 1년의 공백이 우스울 정도로 익숙했다. 본래 나의 것인양 그 소리들이 나를 반겼다. 꼭 그런 것만 같았다.

“사와무라 선배?”

“우왓, 진짜잖아! 다이치상!”

“다이치, 늦었잖아!”

 바보 같아. 헛된 시간일리 없잖아. 그만둘 수 있을리가 없지. 난 오직 배구 뿐이었는 걸.

“연습 좀 끼워줘. 오래 쉬었더니 몸이 근질거리네-”

 카라스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더 이상 이들과 함께 ‘다음이 없는 시합’을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그 쪽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그거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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